첫째도 둘째도 가정출산했습니다
첫째는 원장님이 홈벌쓰조산원 운영하실때 받아주셨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대구에서 가정출산이란 잘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저는 자연주의출산을 꼭 원했기에 여러가지 경로로 알아본 끝에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어요.만약 원장님이 안계셨다면 아마 자연주의출산을 표방한 젠틀벌쓰, 르봐이예 분만 정도로 만족해야했겠지요.
첫째는 임신 18주쯤 찾아뵙고 30주 이후 한번 더 뵙고 출산을 했습니다. 2박3일간의 꽤 긴 진통이었는데 원장님께서 기다려주시고 남편이 잘 도와주어 아이와 건강히 만났어요.
둘째가 찾아와 병원에서 임신확진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원장님께 연락드린 것이었어요.
또 가정출산을 하겠다는 건 남편과 저에겐 서로 의견을 묻지않아도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그만큼 첫째때 출산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요. ^^
이번엔 둘째인지라 마음에 여유도 있었고 첫째 돌보느라 시간이 없는 탓에 32주쯤 원장님 뵈었어요.
이젠 긴긴 상담하지 않아도 원장님과 서로 호흡이 맞을 것을 알았기에 초음파 간단히 보고 돌아왔습니다.
둘째 예정일을 3주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이슬이 비쳤어요. 저는 첫째때 이슬을 못봤던지라 긴가민가하며 원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원장님은 지켜보자 하셨고 저도 설마 하는 마음에 아니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생리통같은 통증이 계속 되었어요.
그 주 내내 가진통이 왔다 사라졌다 반복했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첫째가 기관에 다니지 않고 있었기에 첫째 돌보느라 반나절을 보내고, 잠이 너무 쏟아져 첫째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는데도 진통은 계속 되었어요.
오늘 아기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진통어플을 다운받아보니 간격이 5분정도...원장님께 연락드렸더니 따님을 먼저 보내시겠다 하셔서 괜찮다고 아직 견딜만하다고 답했는데...아, 지금 생각해보면 홍순교 원장님(큰따님)이 안오셨음 어쨌을까 싶어요.
남편은 아직 퇴근전이고 큰 아이도 함께 있었는데 저는 그 새 출산의 고통을 잊었는지 혼자서 참아낼 수 있다고 착각했었나봐요.
서둘러 집안 청소를 하고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있는데 점점 진통이 세지더라고요.
홍순교 원장님이 도착하시자마자 쪼그려 앉아 아이 목욕시키는 저를 바깥에 나와 쉬게 하시고 아이 돌봐주시면서 제 상태를 체크하셨어요.
오재숙 원장님과 일찍 퇴근한 남편이 와서 아이를 돌보는 동안 홍순교 원장님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운동 도와주시고 맛사지를 해주셨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뱃속에 아기가 아마 비스듬히 앉아있어 자리를 잘 못잡은 것 같더라고요. 원장님이 도와주셔 아이가 잘 나올 수 있게 운동하는 동안 점점 진통은 세졌어요.
내진해보니 한시간에 1cm 씩 열렸던 것 같아요. 경산인데도 진행은 더뎠어요. 첫째때도 저는 속골반이 좁고 아이는 두위가 컸기에 진통을 오래했거든요.
이번에도 다른 산모들처럼 둘째가 빨리 나올 것 같진 않았어요.
참을만했던 진통은 점점 휘몰아쳤고 이제 힘이 들어갈때쯤 두 분 원장님이 침실로 옮겨 아이 받을 준비를 해주셨어요.
저는 첫째때 힘을 잘못 주어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었기에 원장님께 호흡지도를 잘 해주십사 부탁드렸고 파도가 올때마다 힘을 줬는데 이번에도 쉽지않더라구요.
그러길 여러번...내진해보니 아직도 아기머리는 제대로 자리를 못잡았고 힘은 계속 들어가고...여기서부터는 기억이 드문드문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다리에 쥐도 났었고요, 신음소리도 점점 더 커졌어요. 그러다 양수 터지는 소리가 퍽 하고 났는데 분위기가 심상치않았어요.
남편이 제 머리맡에서 격려하고 두 분 원장님이 자궁문을 열려고 노력하시면서 호흡지도를 여러번 해주신 끝에 아이 머리가 쑥 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이어서 힘을 빼라는 원장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가다듬었어요. 드디어 시원한 느낌과 함께 만난 아기...
다행히 회음부는 제 바람대로 찢어지지 않았고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양수가 터졌을 때 아기가 태변을 본 것을 모두 눈치채고 출산을 서두르셨다고 해요.
첫째때처럼 아기를 만나고 나니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이 고통은 다 잊혀지고 행복만이 가득했어요. 아마 자연출산은 진통중에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어 기쁨도 두 배이지 않을까해요. 방금 태어난 아기가 제 배 위에 올려지던 순간은...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이번 출산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오원장님이 받아주셨던 첫아이가 탯줄을 직접 자르며 동생을 맞이한 것이었어요. 이건 정말 가정분만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홍순교 원장님이 함께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어요. 마음의 의지가 많이 되었고 운동지도와 맛사지 덕분에 긴긴 진통 잘 보낼 수 있었거든요.
출산 후 두 분 원장님이 아기 체크해주시고 제 상태 살펴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신 후 저희는 아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모두 잠이 들어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마 저는 병원에서 출산했다면 수술을 권유받았을 것 같아요. 초산에도 경산에도 이렇게 오래 진통하는 산모는 병원입장에선 달갑지 않을테니까요.
가정출산이었기에 의료적개입없이 기다림만으로 아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대구는 보수적인 지방이라 다른 지역보다도 자연출산의 선택지가 적어요. 전적인 자출로 운영되는 병원도 없고요. (지향하는 곳이 있지만 결국 일반 산부인과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정분만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도 걱정뿐이었어요. 첫째때는 저도 출산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되었지만 그럴수록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고 생각되어 자연출산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둘째때는 그간 새로이 출판된 “출산동반자가이드”라는 책도 읽었었는데 출산 후 두 분 원장님께 드렸어요. 정말 두 분은 출산동반자이시거든요.
저희 가족이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되는 과정이 행복한 축제처럼 될 수 있게 도와주셔서 두 분 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아무나 할 수 없는 귀한 일을, 대를 이어 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언제든 돌이켜보면, 두 번의 출산이 기쁨, 감동, 행복함으로 떠오를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자연주의출산, 조산원출산, 가정출산을 준비하시며 이 카페에 들른 모든 분들이 저처럼 행복한 경험을 꼭 하실 수 있길 바래요. 두 분 원장님이 잘 도와주실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