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레스
아이를 집에서 낳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ㅎㅎ


친한 친구가 자연주의출산을 한다고 하길래 그때부터 관심이 갔습니다. 자연주의출산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병원에서의 의료진 위주의 출산보다 엄마에게 맞춰진, 아기에게 맞춰진 출산이 하고싶더라구요.
제가 병원에서 출산하기 싫었던 이유 1. 무통주사 나도 모르게 낳아버리는 무통주사가 맞기 싫었어요.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겪어내면서 나오는데 나만 편하게 그 과정을 스킵한다는게.. 2. 낳자마자 아기와 분리되는 시스템이 싫었어요. 아이가 10달동안 엄마와 함께 있다가 세상에 나왔는데 갑자기 엄마와 떨어지는게 얼마나 큰 충격일까 싶어요. 엄마 품속은 어둡고 아늑하고 조용했는데 24시간 백색등이 켜져있는 곳에서 덩그러니, 그리고 다른 아기들 울음소리의 소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안아줄 엄마가 없는 그 상황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정서적인 불안감을 줄까 싶어요. 3. 인위적인 회음부 절개가 싫었어요. 물론 낳다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전에 회음부 마사지 충분히 해놓고 하면 가능성이 더 낮아지겠죠. (저는 회음부마사지를 좀 늦게 시작했음ㅜ)
이에 비해 자연주의 출산은 아이를 낳은 즉시 엄마와 살을 맞대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형성하고, 엄마에게 가장 편한, 최적화된 자세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유도분만 없이 아이가 스스로 나올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주는 아이 중심의 출산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명제에 크게 동의가 되었어요. 산모는 환자가 아닌데, 환자 취급을 하면서 유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현 산부인과 의료체제와는 다르죠.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경북에는 서울보다도 자연주의출산 시설이 없어서 (서울도 매우 적지만요) 그냥 병원에서 낳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참에 영천의 온누리조산원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연락드렸습니다. (김옥진 조산사님이 추천해주심) 남편과 함께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오재숙원장님께서 처음부터 허물없이 편하게 해주시고 또 경험이 많으시니 믿고 여기서 출산해보자 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산사님과 편하게 맞는 것도 출산 과정 중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35주차인가 좀 늦게 찾아간 편이었기 때문에 막판에 자연주의출산으로 돌린거죠.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ㅋㅋ 37주차에 마지막으로 가서 초음파도 봐주시고 내진도 한번 해주셨어요 그리고 굳이 조산원에서 출산할 필요 없다고 하셔서 집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어요. 어차피 조산원에도 별다른 장치가 있는게 아니라고 하셔서 집에서 낳았는데 이건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진통하면서 조산원 가고, 출산하고나서 지친 몸 이끌고 집에 돌아갈 걸 생각하면...^^;;
예정일 5일 전 아침에 이슬이 비쳤고, 바로 원장님께 연락드리니 오늘 하루 기다려보면서 상황을 보자고 하셨어요 그날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다녀와도 되냐고 여쭤보니 다녀오라고 하셔서 점심약속도 다녀왔지요ㅋㅋ 그리고 오후에는 원래 다니던 화실이 있어서 그것도 다 다녀왔습니다ㅋㅋ 그리고 저녁에 센터로 한번 오라고 하셔서 남편 퇴근 후 같이 갔는데, 조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점점 주기적인 진통이 느껴지는거에요. 내진해보시더니 아이가 두마디 사이로 잡힌다고ㅋㅋㅋ 오늘 나올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따가 저녁 뭐 먹을까 하면서 고민했던 우리 부부는 당황ㅋㅋ 바~로 집으로 복귀해서 집 치우고 원장님을 맞이했습니다.
원장님과 따님(경산맘산후도우미 파견센터 원장님)이 오셨고, 아기가 앞을 보고 있다고 해서 바로 자리 잡는 스트레칭 도와주셨습니다. 원장님은 저희집에서 주무시면서 경과봐주신다고 하셨고, 저희도 잠자리에 들었는데 10분마다의 진통이 계속 느껴졌고, 2시 정도까지는 자려고 노력하면서 참을만한 진통을 느끼고 있었는데, 2시반 정도부터는 혼자 견디기가 어려운 진통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있으니 옆에 있는 남편도 깨서 같이 호흡해주고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 3시부터 본격적으로 거실에 나가 5분 간격의 주기적인 진통을 겪었고, 우리는 출산 직전에 (너무 다행스럽게도) 본 출산 시 호흡법과 남편이 도와주는 골반압박법(?) 영상을 따라 진통시간을 지냈어요.
그렇게 5시부터 이제는 대변을 보고싶은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본격 힘주기의 시작이었어요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아놓은 곳에 눕고 양다리의 오금을 잡고 다리를 최대한 오픈하고 힘을 주기 시작했어요. 매 수축이 너무나 아팠고 괴로웠어요. 히프노버딩이나 황홀한 출산 책에 보면 크게 고통없이 낳는다는 케이스도 많이 봤는데, 저는 너무 아팠습니다ㅜㅋㅋㅋ
남편도 눈물을 흘리는게 느껴졌고, 계속 손을 꼭 잡아주고 마사지를 해주면서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아기에게도 할 수 있다고 계속 용기를 주었어요. 조산사님들도 ‘한번만 더!’ ‘너무 잘 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힘주기 2시간 내내 용기를 주셨다.
정말 힘이 빠져감을 느꼈을 때, 내 입에서 ‘못하겠어요’라는 말이 나왔어요. 사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이젠 너무 힘에 부쳐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았어요
그 때 조산사님이 안될 것 같다고 느껴지는 때가 진짜 나올 때라고 하시면서 디스카운트로(?) 10번만 더 시도해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4번 정도를 정말 고통스러운 힘주기를 했고, 이제는 진짜 머리가 보인다고 하셨어요 그 때부터는 끙-하며 힘주는 것이 아니라 끙하-로 짧게 힘을 주자고 하셨는데, 그때부터는 저도 눈이 떠지고 뭔가 참을만한 힘주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골반을 통과해서 이제 정말 머리가 질 밖으로 보일 때 그때는 조금더 프레쉬(?)하게 힘을 줬어요. 하지만 그때부터가 회음부 열상이 생기기 쉬운 순간이어서 질 입구가 엄청 화끈거리고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어요. 아기 머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어요.!!!!
머리가 한번에 쑥 나오지 않고 정수리 쪼끔, 조금더 나오고, 조금더 나오고, 이런 식으로 한 5번의 힘주기에 걸쳐서 나왔던 것 같아요. 그때는 차라리 계속 힘을 줘서 머리가 쑥 나오게 하고 싶었는데 수축이 없는 상황에서 힘을 주게 되면 찢어진다고 하셔서 머리가 중간에 낀 상태로 휴식을 하기도 했는데 확장된 아래가 넘 아팠ㅜ 그렇게 머리가 나오고, 한번 더 휴식한 뒤 힘주자 어깨랑 몸은 쑤욱 나왔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레이스가 끝이 나고 아기가 제 몸 위에 올려졌고 마치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태지에 가득 덮힌 채 아이가 끄아앙 하면서 내 배 위에서 울었어요. 전 그저 끝났다는 해방감에 기뻐서 눈물이 나오는 감동적인 건 없었어요 ㅋㅋ
태반이 곧 이어 나오고 탯줄은 바로 끊지 않고 지퍼백에 넣어 피가 다 아이몸으로 옮겨질 때까지 기다렸어요. 이것 또한 아이의 면역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구요(이것도 자연주의출산을 하고 싶었던 이유.. 병원에서는 바로 자릅니다)
거실에서 출산을 한 뒤 바로 방으로 직행했어요. 아픈 몸 상태에서는 이렇게 이동거리가 짧은 것도 정말 감사했네요.. 가장 편한 나의 집에서 낳고 나의 안방에서 푹 쉴 수 있다는 것.. 가정분만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침대에 눕고 바로 아기에게 젖을 물렸고, 곧이어 조산사님이 아이의 몸무게를 재고 (3.01kg! 초음파검사에서는 2.7kg였다.) 머리둘레를 재고, 맥이 다 아이몸으로 옮겨질 때까지 자르지 않고 기다린 탯줄을 잘랐어요. 상상한만큼 딱히 막 감동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에서 배운 그대로 실현되는게 좋았어요. ㅋㅋ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한 뒤였지만 오히려 각성상태였는지 밝은 아침에 기분도 정말 좋고, 양가부모님께 전화해서 출산의 소식을 알리는 목소리에도 에너지가 가득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우리는 침대 우리 둘 사이에 아기를 눕히고 잠을 잤어요. 아이와 분리되지 않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내내 함께 하는 그 기쁨! 요런게 어떻게 내 뱃속에 있었지? 어떻게 나왔지? 하는 마음으로 봐도봐도 또 보고싶은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 누워있었어요. 병원에서는 낳고나서 아이와 분리되고 면회시간에만 볼 수 있다는게 전...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한 시스템 같습니다ㅜ
출산을 하고 분리없이 바로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아서인지 아가는 너무너무너무 순딩이랍니다 보채는 일도 거의 없고, 밤잠 재우는 것도 막수 먹이고 눕히면 바로 자는 그런 아이에요ㅎㅎ
출산하는 내내 원장님과 센터장님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저와 함께 출산을 해주셨어요. 저와 함께 힘들어 해주시고, 용기를 주시고, 못하겠다고 말했을 때 딱 10번만 더 힘줘보자고 하면서 다시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정말 경험이 많으신게 느껴지더라구요. 출산하고 난 후에도 문제있을 때 연락드리면 어디에 계시든 바로 와주셔서 봐주시고 가셨고, 고민하는 것 연락드리면 내일처럼 신경써주시고 연락주셨어요. 다시한번 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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